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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소중한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2014년 행사지원 <닥엣지 콜카타 포럼 행사 참가 지원>
2015.06.18작성자 | 관리자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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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edgeKolkata 2015 참가보고서 |
들어가며
Docedge 소개
Docedge 행사프로그램소개
Docedge 참가작품분석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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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한국의 한 예술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필자는 어느날 지도교수였던 김동원 감독으로부터 어떤 특강을 꼭 들어볼 것을 요청받았다. 그 날 특강의 강사는 한지수PD(전한국독립PD협회회장)였는데, 최근 유럽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피칭’이란 것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피칭이라는 것이 기업의 일반 프리젠테이션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 솔직히 구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피칭이란 것을 접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인상은 대략 이렇다.
영화관과 같은 무대 앞에 감독과 제작자가 나와서 짧게 작품을 소개하고 트레일러를 보여준다. 그리고 감독은 마치 한 명의 연기자가 된 듯 이 작품의 매력과 어필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 연설을 이어간다. 무대의 제한 시간이 엄격히 정해져있어서 지정된 시간이 끝나면 조명이 내려가거나 마이크가 꺼진다. 피칭이 끝나면 심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평가와 질문이 이어지고 그 질문에 감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답변한다. 끝내 질문에 답변을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지는 감독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기 까지 한다.
그 날 피칭을 처음 접하고는 이제 감독들도 비지니스를 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라는 다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학교에서 많은 교수들과 강사들, 그리고 동료 감독들과 공유해오던 것은 소위 다큐멘터리의 ‘정신’, ‘진정성’, ‘관계’ 와 같은 내적 단단함에 관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숭고한 다큐멘터리 앞에 ‘돈’의 논리가 따라 붙는다니! 근데 돈 받는 감독과 작품은 좀 부럽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복잡한 감정들이 내 머리속에 함께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봤던 피칭은 반쪽자리 피칭이었다. 피칭이라는 전체 무대의 절반이 감독과 그 감독의 프로젝트로 채워진다면 나머지 절반은 그 작품에 구매 의사를 가지고 참가하는 디시전메이커(Desision maker)가 채워야 한다. 그러나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한국의 몇몇 피칭 행사들은 상금을 걸어놓고 디시전메이커가 아닌 심사위원들에게 채점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독립영화 시장/산업에 아직 디시전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지금껏 독립영화를 소구하는 방식은 대부분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소규모로 개봉을 하거나 공동체 상영의 형식으로 사회 단체와 지역 현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산업의 공룡인 CJ나 롯데 등 대형 기획/제작/배급사들은 독립영화에 투자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보장된 다양성영화 상영일수나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적용으로 가끔 극장을 열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교차상영을 하거나 오전, 혹은 심야 시간대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시간대에 영화가 배치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었다.
영상 업계의 가장 큰 파이를 가지고 있는 방송 채널 역시 독립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 자체제작이나 외주제작사를 낀 제작 방식을 선호하는 방송 채널은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편성권, 편집권, 저작권)를 잃고 싶어하지 않았다. 2010년을 전후로 등장했던 몇몇 독립PD들의 약진(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이나 박봉남 감독의 <아이언 크로우즈> 등)은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개인들의 노력이 빚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이런 반쪽짜리 피칭 행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필자는 <말해의사계절>이란 프로젝트로 2014년 [인천다큐멘터리포트2014]에 참가하였다. 인천다큐포트는 영화제를 끼지 않은 한국 최초의 피칭 프로젝트 전문 마켓이었다. 게다가 상금과 심사만 존재했던 기존의 반쪽자리 피칭이 아닌 국내외 방송 채널 관계자와 영화 관계자들, 더 나아가 해외의 많은 디시전메이커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결정권을 행사하는, 외형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피칭 프로그램이란 점도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말해의사계절>은 인천다큐포트 행사에 참가했던 인도의 독립영화 감독이자 디시전메이커인 닐롯팔 마줌다르(Nilotpal Majumdar)로 부터 인도의 유일한 피칭/개발 프로그램 행사인 [DocedgeKolkata2015]에 공식 초청을 받았고 이번 행사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필자의 작품을 포함해서 총 24개의 인도 국내/외 작품이 선정되어 6일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최종 피칭을 치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ocedgeKolkata2015에 참가한 <말해의사계절>은 대상에 해당하는 Docedge Project Award 상을 수상했다. 이 학술 보고서는 아직 한국에는 생소한 Docedge라는 행사를 참가자의 시선에서 소개하는 글이다. 따라서 다소 주관적인 견해와 판단이 일부 포함되었음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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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edgeKolkata 소개 |
DocedgeKolkata2015(이하 Docedge)는 올해로 12회를 맞는 아시아에서 오래된 피칭 플랫폼 중 하나다. Docedge는 인도의 다큐멘터리 단체인 ‘Documentary Resource Initiative’(이하 DRI)가 주관하는 연례 행사로 DRI는 인도 콜카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다. Docedge는 피칭 참가작품들의 피칭 및 교육을 비롯하여 영화상영, 세미나,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진행하는데, 인도 다큐멘터리 필드에 있어서 Docedge는 단연 가장 큰 행사라 평가받는다. 이는 Docedge가 일종의 ‘원스탑 서비스’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피칭 작품은 기본적으로 총 5일간의 전문 트레이닝을 받으며 교육 마지막날 영화펀드, 프로그래머, 채널, 투자자 등 인도는 물론이고 해외 유수의 관계자들과의 실질적인 1:1 미팅 기회를 제공받는다. 때문에 작품의 기획 개발부터 실질적인 계약까지 이어지는 효율성을 띄고 있다.
그간 Docedge의 선정작들은 대체로 인도 국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 영화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는 Cinema Du Reel 2013 Grand Prix상을 수상한 ‘Are you Listening’, IDFA 2013 First Appearance를 수상한 ‘My name is Salt’ 등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국외 작품들을 ‘International’로 따로 선정하였다.
홈페이지: http://www.docresi.org/index.aspx
DocedgeKolkata 행사 프로그램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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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edgeKolkata 참가 작품 분석
이번 피칭에 나온 작품은 총 24작품이며 그 중 인도 작품이 16작품, 해외 작품이 8작품이었다. 인도작품은 대체로 이주, 국경 지역, 테러, 납치, 인신매매, 여성인권 등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인도작품 중 이주와 국경 지역에서의 분쟁 문제를 다룬 작품은 대략 9작품이고 여성인권 2작품, 교육문제 1작품, 인도 제례 및 희생제물에 관한 작품과 인도의 한 지역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한 작품, 인도 레슬러들을 담은 작품 1작품, 분쟁지역을 다닌 의사를 기록한 작품 1작품이 있었다.
해외 작품의 경우, 필리핀, 중국, 독일, 이탈리아, 이라크, 일본, 중국에서 온 감독 및 프로듀서가 참가했는데, 마약운반상을 하다 미술가로 변신한 청년을 찍은
위의 다양한 작품들이 강력한 소재와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스토리가 대체로 잘 보이지 않거나 혹은 영화를 통해 감독이 보여주려고 하는 세계관이 ‘이슈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혹평을 받은 작품이 많았는데 특히 인도 작품들 중 이주나 국경에서의 분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이미 유럽, 북미 등의 국가들에게 있어 대부분 매우 익숙하고 또 해당 이슈와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의 문제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튜터와 디시전메이커들에게 받았다.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들 대부분은 강력한 캐릭터가 존재하거나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인도 레슬러를 찍은
때문에 피칭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들의 특징을 요약하보면, 1) 강력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갖는 극적인 드라마성 2) 영화적으로 새로운 접근이나 시도를 한 경우들이라고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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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다큐멘터리 산업으로서 한국을 생각한다면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큐멘터리 시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지원제도마저 전무한 동남아시아나 인도의 시장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014년 48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일으킨 활약은 신기루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님아..>의 경우 평균적인 한국 다큐멘터리 개봉 상황과 비교하여 여러가지 측면에서(제작비/대형기획사/와이드릴리즈/방송매체활용)일반화 하기 어려운 모델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작비를 회수 할 수 없는 거의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국가나 영화제, 펀드기관 등의 ‘지원’을 통해서만 제작을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제작 현실에서 한국의 다큐멘터리가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는 통로로서 ‘해외’에 새롭게 눈을 떠야 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말해의사계절>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관점 속에서 DocedgeKolkata2015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의 마케터와 펀더, 바이어들에게 소개되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두 가지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는 이 작품을 바라보는 국내와 해외의 명확한 온도차이를 이해한 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말해와 그녀의 가족이 겪어온 지난 과거는 국가가 감추거나 외면하고 싶어하는 국가 폭력으로 가득차있다. 게다가 현재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문제 역시 국내에서는 예민한 이슈가 되어 이 작업을 소개할때마다 주인공들의 상황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으로서의 자기 검열의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닥엣지에 뽑혀온 수많은 작업들은 각자의 국가에서 가장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수많은 국가와 정치의 오작동을 지적하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전쟁, 내전, 이민자 추방, 여성혐오 등등 국내 정치 상황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은 치열한 작업들이 실제로 국제 마켓에 소개가 되고 좋은 반응들을 얻어냈다. 행사 기간을 통해 동료 감독들과 튜터들로부터 이런 불편한 감정에 관하여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실제로 펀딩을 담당하는 바이어들도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핵심은 그러한 이슈를 어떻게 재미있게 동시에 의미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연출전략’이 성공적인 펀딩에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둘째는 작품에 관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피칭이라는 행사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동료 감독들은 피칭을 하나의 쇼라고 생각하고 폄하하거나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나는 그것이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수상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로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피칭이 무엇이냐고 되묻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나 역시 피칭이 하나의 ‘쇼’라고 생각한다. 좋은 피칭이 좋은 작품으로 반드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트레일러가 훌륭하더라도 본 작품이 별로인 영화들도 많다. 피칭이 좋아도 그 행사에서 투자 받기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펀더들이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작품이 개발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펀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창작자들이 피칭을 두고 ‘소모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피칭의 가장 큰 의미는, 피칭이라는 용어 그대로 누군가에게 내 작품의 정수를 던지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첫 번째 설득의 대상이 결국 창작자 자신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놀랍게도 많은 창작자들이 작품에 집중하지만, 이 작업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이 실제 제작단계에 들어서면 나는 왜 이 작업을 만드는지, 이 작업의 핵심은 무엇인지, 현재 무엇이 고민인지, 이런 작업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등 결코 놓쳐선 안될 질문들을 쉽게 흘려보내기 일수다. 피칭은 잠깐 작업을 멈추고 내가 만드는 작업을 다시 점검해보는, 그래서 가장 먼저 자신의 작품을 자신에게 던져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7분 안에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는데 90분의 장편 다큐가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DocedgeKolkata2015를 통해 치열하게 작업하는 수 많은 아시아 감독 친구들과 좋은 튜터들, 많은 산업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피드백들과 동료들의 응원, 자기 확신의 에너지로 <말해의사계절>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길 바란다. 그래서 유럽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영화제와 채널,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