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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소중한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2015년 행사지원 <인디다큐페스티발 다큐멘터리 포럼 후원>
2015.06.18작성자 | 관리자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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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피칭을 논하다 |
<포럼 개요>
․ 주제 : 다큐멘터리 피칭을 논하다
․ 일시 : 2015년 3월 30일 월요일, 오후 5시
․ 장소 :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 주최 :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집행위원회
․ 후원 : SJM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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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배경
○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방식에서 ‘피칭’의 비중이 늘고 있음
○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위원회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류심사, 인터뷰 등의 선정 방식과는 다르게, ‘피칭’은 제작자의 기획안, 트레일러 발표를 통해 배급사 혹은 다큐멘터리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방식임
○ 인천다큐멘터리포트와 같이 ‘피칭’이 제작지원 선정의 목적 이외에 투자사나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성격도 지니고 있음
○ 현재 다큐멘터리 피칭 프로그램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인천다큐멘터리포트 등에서 운영되고 있음
○ 피칭 프로그램은 서류에서는 볼 수 없는 제작의도와 미리 제작본을 가늠할 수 있어 실제 다큐멘터리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지를 판단하기에 용이하고, 제작에 필요한 재원 확보, 투자 그리고 향후 배급에 이르는 계획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음
○ 그러나, 피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제작자는 서류작업 이외에 ‘발표’를 준비해야 하기에 상당한 노력과 피로감이 있음. 또 관객이나 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맞추어야 하는 경향이 있기에 제작자로서는 ‘보여주고 싶은’ 작품보다, ‘보고 싶어지는’ 작품으로의 무게감을 많이 싣게 됨.
○ 현재 다큐멘터리 피칭을 통한 제작지원 방식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피칭 프로그램이 제작자들에게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을 짚어볼 필요가 있음
○ 이를 통해 피칭 프로그램에 대한 담론을 파악하며, 피칭 방식의 개선 혹은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함
▪ 프로그램
▴ 사회 : 오정훈(인디다큐페스티발2015 집행위원장) ▴ 순서 및 발표 1. 왜 피칭인가? - 인천다큐멘터리포트를 중심으로 : 강석필 (인천다큐멘터리포트)-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중심으로 :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2. 피칭이 제작자에게 주는 긍정적 부정적 효과는? - 다큐멘터리 피칭을 바라보는 입장 : 한경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 다큐멘터리 피칭을 바라보는 입장 : 허철녕 (다큐멘터리 감독) 3. 피칭을 통한 제작지원의 개선 혹은 대안적 방향은? - 참가자 자유토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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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1]
인천다큐멘터리포트 Docs Port Incheon
강석필 (인천다큐멘터리포트)
1. 사업의 기획 취지 및 방향
한국 다큐멘터리의 산업적 한계 극복
‘기획・개발-투자-제작-배급’의 선순환 구조
분절된 산업분야(영화다큐와 TV다큐)의 통합 내지 교류
해외시장 개척
다큐멘터리 산업 내의 네트워크 활성화(국내, 해외)
다큐멘터리 시야의 확대(또는 관용도의 제고)
2. 주요 사업
마켓 & 피칭 (배급사, 투자사, 커미셔닝에디터 등의 디시전메이커와 창작자의 만남)
랩(멘토링)
후속 지원(행사 후 국내, 해외와의 프로모션 진행)
국내외 타 사업, 기관, 단체와의 네트워크
3. 사업의 핵심 키워드
이벤트성 사업이지만 산업구조의 축소집약판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존(상업적 다큐 - 예술적 다큐 - 사회참여적 다큐)
투자되고 팔리는 다큐멘터리, 확대재생산 되는 다큐멘터리
상금은 부수적 촉매제일 따름이다. (투자매칭 지원금의 예)
4. ‘피칭’에 대해서
피칭은 ‘시장’을 기본으로 전제한다. 시장은 ‘돈’과 ‘플랫폼’, ’프로젝트’가 조우하는 공간이다.
피칭은 다음 세 가지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투자자(구매자)와 잠재 관객
스토리와 연출 방향
적당한 관계
따라서 피칭은 프로듀싱 시스템을 전제로 하거나 혹은 그것을 지향한다.
피칭은 경쟁이지만 제로섬이 아니다. 피칭은 쇼업도 퍼포먼스도 아니다.
5. 몇 가지 쟁점
제작지원(영화제, 공적지원 등)의 피칭 심사에 대해서(전주국제영화제 vs 부산국제영화제)
피칭에 적합한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 TV vs Cimema vs Activism
피칭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현실화된 버젯, 전문프로듀서 등장, 준비과정의 피로감, 자본과 창작 사이의 긴장 등등)
“다큐 정신”의 훼손?
‘세련된 피칭’에 대해서
[발제2]
왜 피칭인가? :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 & 피칭
박혜미(DMZ국제다큐영화제)
* 이 글은 영화제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담당자/필자의 견해임
1. DMZ국제다큐영화제 지난 제작지원사업 : 제작지원-피칭-마켓
피칭이란 “편성, 투자 유치, 공동 제작, 선판매 등을 목적으로 제작사, 투자사, 바이어 앞에서 기획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피칭이라기보다는 제작지원작 선정 과정의 일부로 공개발표를 진행해왔다고 하는 것이 적절
하지만 기획/제작 단계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서 설명/소개하는 것을 넓은 의미의 ‘피칭’이라고 했을 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경우 2010년 제2회 영화제부터 제작지원 프로그램의 일부로 피칭 프로그램을 진행함(4회에는 서류, 면접만을 통한 제작지원작 선정)
5회(2013)부터 제작지원금 총액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젝트 마켓’을 출범
6회(2014)에서는 지원 프로젝트를 아시아로 확대하고, 국내외 디시전메이커를 초청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피칭’을 진행함
2. 평가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전체 예산 중 20% 이상을 제작지원 직접 지원비로 할당해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이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성공사례를 통해 외부산업/외부 투자사와의 연계, 유치가 요구됨.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을 통해 한국 &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질적/양적으로 활성화하고 다큐멘터리 관객을 확대하는 것
그런 맥락에서 프로젝트 마켓을 통해 다큐멘터리 산업 영역을 확대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제작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 , 시장을 형성하는 것 역시 영화제의 중요한 역할일 수 있음
하지만 다큐멘터리 시장이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큐멘터리 관객의 확대, 방송과 영화의 경계/제작 시스템, 영화의 배급 구조 등 전반적인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마켓을 운영하고, 디시전메이커를 초청하고, 피칭을 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프로젝트 마켓을 통해 실제 국내 다큐멘터리에 투자하거나 공동제작하거나 선판매가 된 사례는 많지 않음. 결과적으로 피칭은 영화제 제작지원작을 선정하는 과정의 일부로 서류심사-면접심사-(영화제 기간 중) 피칭을 통한 지원작 및 지원금 결정의 순서로 사업지원이 이루어지는 것
디시전메이커가 심사를 하고, 제작비는 영화제에서 지원하는 기형적 구조?
투자를 목적으로 참여한 디시전메이커-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활동하는 방송국과 배급사/제작사에 온 이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기 위한 피칭을 하는 것인데, 현재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다큐멘터리가 이 시장과 관객층을 겨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의 다큐멘터리 진영에서 제작하고 있는, 제작하려는 다큐멘터리의 가치와 목적(왜 만드는가,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 것인가)이 ‘마켓’이나 디시전메이커/커미셔닝 에디터를 대상으로 한 ‘피칭’과 전적으로 부합하지는 않음
이를테면,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 공모에 출품한 모든 다큐멘터리가 국제공동제작이나 해외선판매를 원하거나, 국제시장에의 진출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디시전메이커들을 관객으로 하는 피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지금 만들려고 하는 다큐멘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떤 관객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지와 별개로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해 피칭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
특히 시장이나 산업의 영역에서 선호하는 특정 장르의 다큐멘터리(휴먼다큐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외면받지만 의미와 가치있는 다큐멘터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균형있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대명문화공장 펀드 등)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경우, 마켓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제작지원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질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멘토링)의 기능을 강화하고, 아시아 지역 다큐멘터리 감독과의 네트워크/교류를 촉진하는 제작지원 사업을 진행할 계획. 신진다큐감독 제작지원, 배급/개봉지원 신설 예정.
3. 피칭의 효과
공개적으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넓은 의미의 피칭은 유지할 계획이고, 디시전메이커를 초청하지는 않을 예정
멘토링을 포함한 워크숍과 피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되, 멘토 선정과 세부 워크숍 프로그램에 좀더 내실을 기할 예정
피칭을 하는 것은 상영과 개봉 등을 통해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만나는 것이 전체 제작 과정의 일부이듯, 기획/제작 단계에서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사람들과 나누고 토론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위해 준비하는 것 역시 제작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
지금 만들고 있는/만들어지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의미와 필요성을 확인하고 획득하는 과정
내가 만들고 있는/만들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를 객관화하는 과정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등이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거꾸로 다큐멘터리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 혹은 투자의 필요성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이러한 과정이 알차게 진행되기 위해, 각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맥락과 가치에 따라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어떤 내용의 발표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
제작자, 평론가 등 ‘상품’으로서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의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 / 디시전메이커 or 커미셔닝 에디터라 불리우는 산업 관계자들 / 다큐멘터리 관객, 관계자, 관심있는 사람들(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되, 다큐멘터리 제작 여건, 경향,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의 성격 등에 따라 점차 변화할 수 있고, 균형을 맞추어갈 필요.
[발제3]
동시대의 다양한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한경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요즈음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피칭’은 ‘제작비’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마련하는 방법에는 개인, 기관, 단체 및 기업의 지원 또는 투자, 크라우드 펀딩, 자체조달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이 다양한 펀딩 방법 중 피칭이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국내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시행하는 제작지원 프로그램이나 기타 기관의 지원사업에서도 피칭이 거의 필수이다 보니, 제작지원을 받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피칭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 된 것 같다.
과거에는 기획안 심사와 더불어 비공개 면접을 통해 제작지원작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피칭이 활성화되면서 공개적인 트레일러 상영과 발표가 더해졌다. 심사위원은 보다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피칭이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 관계자 또는 일반인들까지 참관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참가자 역시 텍스트와 사진 몇 장으로 만들어진 ‘기획안’이라는 제한된 매체를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트레일러를 통해서 제작진은 프로젝트의 로그라인, 캐릭터, 스토리라인, 스타일 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심사위원들은 이를 통해 작품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좋은 트레일러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기 위하여 스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피칭 프로그램이 운영하는 오리엔테이션, 강의, 멘토링, 모의피칭, 리허설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작품제작과 생계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대다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이는 큰 시간적, 경제적 부담일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쟁구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지 못할 경우에는 작지 않은 열패감까지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어떻게 해서든 심사위원을 설득하여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단지 흥미롭게 포장하려는 무리수를 두어 프로젝트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에 실패하기도 한다. 과유불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피칭은 좋은 피칭이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작품의 가장 핵심만을 보여주는데도 시선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10분 안팎의 짦은 피칭시간을 지루하게 구성하는 제작진에게 중장편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칭에 참가하는 의의가 비단 제작비 편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안 작성, 트레일러 작성, 발표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자신과 작품의 깊은 내면을 되짚어 보게 된다. ‘이 작품은 도대체 왜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 작품은 과연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나는 이 작품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심사위원들과의 질의응답,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자신과 작품의 민낯을 확인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피칭이 영화제와는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제가 완성된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축제라면, 피칭은 단지 제작지원금을 놓고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동시대의 다양한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잉태한 작품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며 격려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한다.
[발제4]
제작 지원이 피칭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감독으로서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허철녕 (다큐멘터리 감독)
1.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작품의 주인이 감독이라면 상품의 주인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1인 제작 시스템이 일반화 되어있기 때문에 연출자와 제작자가 구분이 안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감독님들이 거의 만능인간이 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제가 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작품/상품 따위로 구분해서 주인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면 화내시는 분들도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작 지원 환경이 점점 더 피칭을 요구하는 세상에서는 프로듀서의 존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피칭 마켓에서 실제 무대에 오르는 피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칭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프로듀서가 아니라 감독이기 때문에 감독이 마켓 전반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피칭에 참여해보니 피칭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쇼에 더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진짜’ 이야기는 그 이후에 있는 비지니스 미팅, 커미셔닝 미팅을 통해 이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팅 과정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의 이 작품을 디시전메이커에게 효과적으로 매개해줄 수 있는 프로듀서의 존재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좋은 다큐멘터리 감독 만큼이나 좋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2. 감독은 피드백을 얻는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 처럼 피칭 무대를 제외하고는 피칭 마켓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피칭이 감독에게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제작 디벨롭 단계의 작품에 관해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두 번의 피칭을 참가했고, 돈을 받지 않는 상들만 받았지만 피칭이 저에게 남긴 가장 큰 자산은 이 작품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이었습니다. 수 많은 관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내가 만드는 작업에 관한 가능성과 오류들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로 피칭이란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3. 피칭은 감독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어떻게 7분안에 한 작품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건지 불합리하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나에게 주어진 7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무슨 말로 시작해서 어떤 트레일러를 보여줘야 하고 어떻게 맺어야 할까를 생각해봤더니, 이 과정이 하나의 작품 그 자체였습니다. 7분동안 기승전결을 만들어 관객을 설득하려고 하니까 가장 먼저 나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작품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찍고 있고, 왜 찍고 있는지 작품을 만드는 근본에 관해서 스스로한테 다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피칭의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대에 오르는 7분의 발표 보다 그 발표를 채우기 위해 이 작품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나와 작품간의 밀당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고민끝에 얻은 결과로 대본과 트레일러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작품에 관한 자신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제작 지원들이 피칭으로 채워지는 것은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으로서 피칭이 부담스러운 것은 역시 사실입니다. 피칭은 1)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고, 2)그로 인해 모든 제작 과정이 피칭에 맞춰서 올 스톱이 됩니다. 3)돈을 지원받지 못하면 아무리 피드백이니 뭐니 얻는다고 해도 정신승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칭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피칭과 피칭 사이의 텀이 짧아지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큐멘터리 산업의 종사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심사를 보는 사람들이나 디시전메이커들이나 구성원들이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쪽 피칭 프로그램에 왔던 심사위원이 저쪽 피칭 프로그램에도 똑같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피칭에서 다음 피칭으로 넘어갈때는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느껴야만 합니다. ‘뭔가가 달라야한다’ 라는 압박이 굉장히 큽니다. 기존에 있던 서류를 새롭게 디벨롭 해야하고, 트레일러도 뭔가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새롭게 만들거나 많은 부분을 고쳐야만 합니다. 피칭에 최종 선정 된 이후에는 제 경험으로는 미니멈으로 꼬박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을 피칭에만 거의 할애했습니다.
이런 피칭을 두 세번만 나가도 거의 한 분기에 가까운 시간을 피칭을 위해서만 할애해야합니다. 작업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감독의 입장에서는 피칭형 제작 지원과 서류-면접형 제작지원 방식이 어떤 비율을 유지했으면 하고, 개인적으로는 서류-면접형 방식이 피칭 방식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작품을 위해서도, 돈을 투자하는 단체나 산업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